[회고] 2023 - 나 자신에 대한 인지

2023년의 목표

2020년부터 매년 회고를 하고, 다음에 계획을 세워둔다. 아래는 2023년을 위해 세워두었던 목표들이다. 개인적인 부분에서 몇개의 목표가 더 있었지만, 기술 블로그니까(??) 커리어 관련 목표만 나열해본다.

  • 웹 또는 서버 공부
  • 기술 블로그 포스팅
  • 알고리즘 문제 한달에 5문제 이상 풀기

2023년을 마무리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는 과연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을까?

목표 달성

변명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2023년은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에 가장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부끄럽게도 완벽하게 달성한 목표는 없다.

세 번째 목표 외 나머지 두 개 목표는 워낙에 두루뭉술하다보니, 이걸 이룬건지 아닌건지 체크하는 것도 고민이 되었다.

  • 웹 및 서버 공부

    2022년에는 앱 개발 외에 다른 개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설정한 목표였으나,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웹, 서버 공부 외에 4분기부터 Flutter 공부를 시작했다.

  • 기술 블로그 운영

    2022년 기록에 딱 이렇게만 써있어서 달성 기준이 애매한 목표이다. 설정할 때에는 달에 1개씩 포스팅하자는 느낌으로 설정으니, 이 것을 기준으로 하자면 달성 실패다.

    업무와 개인 공부를 하면서 노션에 정리해둔 것들은 많지만, 이를 좀 더 가공하여 정리된 글을 올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허들이었다.

    그래도 2023년 현재까지 10개의 글을 작성했다.

  • 알고리즘 달마다 5문제 이상 풀기

    완전 실패한 목표. LeetCode 잔디를 살펴보면 7-8월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풀고 그 외에는 거의 풀지 않았다.
    연말이라 LeetCode에서 풀이를 제출한 일수를 기준으로 뱃지를 주고 있는데, 50일 뱃지라도 얻기 위해 하루에 1-2문제씩 풀고 있는 12월을 포함하여 총 3달만 달성한 목표이다.

    2022년에는 100일(173일 풀이 제출) 뱃지를 얻은 데에 비하면 보잘것 없다.

커리어

올해는 내가 느끼기에 유난히 업무운이 따라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개발자라는 커리어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은 해였다.
이 고민이 계속되어 2022년 말부터 퇴사 이후까지도 내 마음 한구석 수준이 아니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두번째 직장의 폐업, 이어서 얼레벌레 세번째 직장으로 취업을 했지만, 첫 팀이 수습기간인 12월에 공중분해되어 2023년에는 굉장히 애매한 포지션으로 업무를 했던 것 같다.(회사측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애매하다고 느꼈다. 그러고보니 2022년 회고를 안했었네 ㅎㅎㅎㅎ)
이전한 팀에서도 내가 맡게 된 일들은 대부분 우선순위가 낮았던 상태라 지연되거나, 아예 진행하지 않은 일들도 많았다.
그래서 일년 내내 나는 파괴신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하면서 이렇게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가 없었는데,
우울한 와중에도 나름대로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했었다.

같이 일했던 안드로이드 팀원분들은 기술적으로 나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재직 중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내가 많은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동료들의 발목은 잡지 말자라는 심정으로 공부의 양을 많이 늘렸다. 여태껏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본 적은 없었다.

퇴근 후에는 개발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던 내가

  • 퇴근 후, 주말에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 회사에서 쓰는 기술들을 더 깔끔하게, 오류 없이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 생전 가보지도 않던 컨퍼런스 등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 개발자 커리어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심적으로 안전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퇴사 후 잠시 쉬기로 결정했다.

퇴사를 한 것 자체가 섣부른 결정일 수 있었겠지만, 크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누구든 때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인지 지금은 퇴사 전보다 마음이 굉장히 편한 상태이고,
내가 하고 싶은 업무를 할 수 있는, 나에게 더 잘 맞는 회사를 찾아가야겠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퇴사 이후에 노트북을 열지 않을 생각도 했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약 한 달 간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 뒤에도 나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켜고 IDE를 열고, 동생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던 앱을 개발하고 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개발자 커리에어 대한 확신보다도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었던 것 같다.

성장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고, 힘들었던 만큼 크게 성장한 해라고 생각된다.

사실 내가 해왔던 경험들은 비슷한 연차의 같은 직무 개발자분들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앞의 두 회사 모두 초기 스타트업이었던 데다가 크게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운영 경험과 개선 경험이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세 번째 회사에서 부족한 경험을 많이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보완도 보완이지만 내 미래에 대해, (꼭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할 사회생활에서 조금 더 나에게 적절한 방향을 찾는데에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 뱀의 머리보다 용의 꼬리가 낫다.
    •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나 배움의 질의 차이가 크다.
  • 운영환경 경험
  • 딥링크나 앱링크, 원링크 그리고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인 마케팅의 중요성.
  • 항상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경험
    • 이벤트 또는 데이터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AB 테스트를 진행한다.
  • 문서화
    •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는 적절한 이유가 있고, 증명이 있어야 한다.
    • 기술 적용 또는 기능 개발의 배경부터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 질문들까지
  • 사용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깊이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
  • 나 자신에 대한 인지
    • 현재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가?
    • 나는 어떤 업무가 맞고, 맞지 않는가?
      •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가?
      • 비즈니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비즈니스 임팩트에 기여하는 경험을 하고 싶어졌다.
      • 효율적인 업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목표의 중요성

목표의 중요성은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르다. 쉬는 기간동안 목표가 확실하고, 그 목표를 위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더욱 그렇게 느낀다.

나는 여태 흘러가는데로, 큰 목표 없이 지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남들처럼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왔지만, 실상 내 미래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여태 내가 해왔던 일들과 선택들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는지, 아니었는지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2023년의 목표도 목표라고 말할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한 관점으로 볼 때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단순하게 내년에는 이거 하고 싶어! 정도의 단기적인, 의무적인 습관의 느낌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방향과 관련된 구체적인 목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 깨달은 바를 토대로 2023년 남은 시간동안 2024년의 목표를 짜봐야겠다. 어디서는 목표를 얘기하고 다니면 이루기가 힘들어진다고 하고, 또 어디서는 얘기하고 다니는게 좋다고 하는데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2024년 목표는 일단 노션에 비밀리에 보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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